인터뷰

울고 웃고 푸념하며 밥벌이하는 우리는 – 풀칠 인터뷰

2022-07-29


혹시 지금 사무실에서 이 글을 읽고 있는 직장인이라면, 조용히 당근을 흔들어 주세요.. 여러분은 직장인에게 중요한 스킬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여기 ‘출근할 근력과 퇴근할 용기’를 꼽은 분들이 있어요.

바로 뉴스레터 <풀칠> 팀인데요. 모두가 서둘러 퇴근 버스와 지하철에 몸을 싣는 시간, 풀칠의 ‘야망백수’ 그리고 ‘아매오’ 님을 만나고 왔답니다. (아쉽게도 퇴근할 용기를 내지 못한 ‘파주’, ‘마감도비’ 님은 만나지 못했어요)

인터뷰 당시 100호를 앞둔 풀칠 팀을 축하하는 케이크까지 받아 오신 덕분에 근사한 사진도 남길 수 있었는데요! 밥벌이의 슬픔과 기쁨을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전하는 분들은 어떤 마음으로 글을 써서 보내고 있었을까요?

( 뉴스레터 ‘풀칠’은 2022년 7월 28일에 100호를 맞이했답니다 )


안녕하세요, 직장인의 애환을 쓰는 에세이 레터 <풀칠>입니다

일과 삶 사이에서 먹고 사는 이야기를 주워 보내고 있어요. 풀칠을 만드는 저희(야망백수, 아매오, 파주, 마감도비)는 모두 대학 친구들인데요. 처음엔 정부 지원금을 노리고 독립잡지를 만들기 위해 모였다가 게을러서 흐지부지된 상태였어요. 그런데 하나둘 직장인이 되면서 늘어놓는 푸념이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되었고, 거기서 풀칠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푸념의 존재를 증명하는 게 풀칠의 의미인 것 같아요

처음엔 푸념의 규모를 키우자는 마음으로 시작했거든요. 이제는 규모를 키우기보다 푸념의 존재를 증명한다는 생각으로 쓰고 있습니다.

푸념과 불평불만은 미묘하게 다르거든요. 일하기 싫어서(물론 하기 싫은 것도 맞지만)가 아니라, 일을 해서 먹고살아야 하는 존재 조건을 가만히 보다 보면 드는 우스움 같은 게 있잖아요. 아침엔 내가 하는 일이 세상을 바꿀 거라고 믿다가도 밤에는 뭐 대단한 일 한다고 이 고생을 할까 현타를 느끼며 집에 가는 게 인간이니까요. 저는 이런 부분이 있어야 담백하니 사람다워진다고 믿어요.

그런데 세상엔 열정맨과 성장맨이 너무 많아서 푸념조차도 쉽지 않은 면이있어요. 푸념하면 반동분자처럼 보이는 게 아닐까 망설여지는 순간이 있는데, 풀칠이 그런 순간을 중화하는 역할을 하길 바라요. 일하면서 먹고사는덴 분명 우습고 괴랄한 구석이 있고, 그걸 당신만 느끼는 건 아니라고 말해주는 거죠.

( 왼쪽부터 ‘야망백수’ 그리고 ‘아매오’님 )


퇴근할 용기와 출근할 근력을 길러야 해요

출근은 몸이 하고 퇴근은 머리가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직장인에게 중요한 스킬을 꼽자면 퇴근할 용기와 출근할 근력인 것 같아요. 일이 100% 끝나고 퇴근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잖아요. 일의 맺고 끊음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끝나지 않은 일을 한참 붙잡고 있기보다는 아, 내일 하자! 하고 용기를 내는 게 필요한 거죠. 쉽진 않지만요.

직장인의 어려움이라는 게 정말 다채롭더라고요

서로 돌아가면서 마감 당번을 맡아 전반적인 주제와 에세이에 대해 고민하는데요. 주제는 각자 최근에 겪는 어려움을 위주로 떠올리는 편이에요. 그런데 그 어려움이라는 게 얼마나 다채로운지 놀랍게도 단 한 번도 키워드가 겹친 적이 없답니다. 겹치는 키워드라도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쓰기 때문에 이전보다 나아졌는지, 해답은 찾았는지, 그런 것들이 또 다른 주제로 연결되더라고요.

( 헤이버니로 뉴스레터 ‘풀칠’ 미리보기 )


뉴스레터는 관계를 공들여 쌓는 툴이라고 생각해요
야망백수:
사실 처음엔 별생각 없이 시작했거든요. 마침 백수가 되었을 때 형들이 한다길래 끼워 달라고 했죠. 그런데 2년 정도 해보니 뉴스레터를 선택할 만한 이유가 생기더라고요. 뉴스레터는 관계를 공들여 쌓는 툴인 것 같아요. SNS나 커뮤니티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 있지만, 메일함에는 보낸 이와 받는 이 둘만 있으니까요. 1,000명에게 말하는 건 어려워도 1명에게 1,000m의 깊이로 닿을 수 있는 매체라고 생각해요.

2년이 지난 지금은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보냅니다

초반에는 엄청 비장한 마음으로 썼어요. 기막히게 재미있고,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보내고 싶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막상 해보니 글재주가 그렇게 대단하지 않더라고요. 들이는 마음이 크다 보니 누가 읽긴 읽는 걸까 하는 생각에 고통받기도 했고요.

이제는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보내요. 꾸준히 읽어 주는 독자분들이 계신다는 걸 알기에 약속을 지키는 마음으로 보내는 거죠.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보다는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이야기 중 가장 좋은 걸 보낸다는 마음으로 쓰는것, 이게 ‘최선의 노력’이란 표현의 참뜻 같아요.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만한 표현을 지양하려고 노력해요

뉴스레터를 편집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에요. 물론 사려 깊지 못하고 배움이 짧아서 분명히 지금껏 실패해왔을 것입니다. 혹시 눈에 밟히는 뾰족한 말이 있다면, 그 뾰족한 말을 지적하는 게 힘든 일이 아니라면 말씀해 주세요. 듣겠습니다.


마감은 매주 운에 기대어 하고 있어요
뭐든 꾸준히 하는 게 제일 어렵잖아요. 뉴스레터는 그 어떤 일(직장)보다 오래 해온 일인데요. 매주 마감을 하고 있지만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것 같아요. 매번 허겁지겁 하고 있습니다.

아매오:
사실 글은 항상 안 써지거든요. 매번 예약 발행을 하지 않고 정리가 되는 대로 발행을 하는 것도 그래요. 완성된 글을 보낸다기보다 마감 시간까지 정리된 글을 보내는 셈이죠. 사실 스티비도 연간 결제를 하지 않고 한 달씩, 되는 대로 하고 있답니다.

파주:
뉴스레터 작업은 각자 본업을 마치고 퇴근 후 또는 주말에 하는 편이에요. 처음 풀칠을 구상할 때 멤버들과 했던 이야기가 ‘일단 우리부터 재미있게 쓰는 게 중요하다’는 거였는데요. 지금 생각해 보면 풀칠을 오래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야망백수:
매주 불가능할 것 같지만 어떻게든 기회가 생기더라고요. 공휴일이 끼어 있다거나, 예비군에 불려간다거나, 회사를 빠질 기회 말이에요. 그럼 그 틈을 타 그림을 그리고 편집을 합니다. 운에 기대어 마감을 하는 거죠.

풀칠의 그림은 영어 말하기 어플 덕분에 시작하게 되었어요
야망백수:
우선 그림은 제가 그리고 있는데요. 어머니가 모 영어 말하기 어플을 시작하면서 사은품으로 아이패드를 받았거든요. 그냥 두기 아쉬워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리다 보니 재미있어서 매주 싣고 있습니다. 따로 배워본 적은 없지만, 그림의 매력을 어렴풋하게나마 알 것 같아요. 무엇보다 전공자가 아니라 하한선 없이 그리기 때문에 편한 것도 있고요.

@fullchill_for_fullchill

앞에는 가정을 꾸린 가족들이 있고, 뒤에는 빨리 가라고 재촉하는 자동차가 서 있잖아요. 앞으로 나아가기도 뒤로 물러서기도 힘든 상황인 거죠. 마치 서른처럼.”


그림은 더욱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줘요

풀칠의 주제에 대해 항상 하고 싶은 말이 많거든요. 하나의 주제가 가진 여러 뉘앙스를 좀 더 골고루 조망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매거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고, 그 안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에세이 외에도 그림을 넣고, 짤방을 넣고, 만화를 붙이면서 각각의 콘텐츠가 다루는 내용이 최대한 겹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야망백수:
예를 들어 서른이라고 하면, 진작 어른이 되었을 나이 같기도 하고, 아직 아이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 중간 지점 같기도 하잖아요. 그런 부분을 치우치지 않게 담고 싶은 거죠.

글은 이 미묘한 결 중 한두개만 건드리게 되는데요. 거기다 서로 코멘트를 달아주면서 또 다른 한두개를 건드릴 수 있어요. 그런데 그게 계속되면 스크롤 압박이 생기고 부족한 지적 밑천까지 드러내게 되거든요. 그래서 그냥 그림을 한장 그립니다. 구구절절해지는 대신 또 다른 결을 건드리는 방식인 거예요.

부끄러운 솜씨라 매번 실패하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꿋꿋하게 그립니다. 제겐 매번 큰 도전이에요. 어떻게 해야 더 잘 표현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하죠. 열어 주시는 풀칠러님들 모두 감사합니다.


온기 가득한 답장이 계속할 수 있게 만들어요
목요일 아침마다 풀칠 품앗이를 읽으며 뉴스레터 하길 잘했다, 하는 생각을 해요. 처음엔 지인들에게 보내는 것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답장이 오면 누군지 대충 감이 왔는데요. 구독자분들이 늘어나면서 어느 순간 구분할 수 없게 되더라고요. 그때부터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죠.

이제는 답장 때문에라도 달리는 바퀴 위에서 멈출 수 없어졌어요. 책임감이라면 책임감일 수도 있겠네요. 누군가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아니까 계속하게 되는 거죠. 숫자로 구독자가 몇 명이고, 오픈율이 얼마고, 이런 것보다는 말로 전해지는 게 정말 다르거든요. 거기서 계속 쓸 힘을 받습니다.

항상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뉴스레터가 되고 싶어요

저희는 그냥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커뮤니티를 만들거나, 돈을 벌거나, 그런 것보다는 그냥 계속하고 싶어요. 그래서 풀칠러라고 부를 수 있는 분들이 많아지기를 바라요.

뉴스레터라는 포맷 자체가 많은 사람에게 도달하는 것보다는 일대일로 가까이 다가가는 특성이 있잖아요. 마음 속 깊숙이 자리하는 경험을 드리고 싶어요. 계속하다 보면 그렇게 다가갈 수 있는 분이 늘어나지 않을까요. 풀칠적인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느껴질 때,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존재가 되겠습니다.

읽는 마음을 내어주어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별일 없는 한 계속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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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가면 아쉬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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