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를 덕질하는 마음으로 – 먹는 일에는 2000%의 진심

인터뷰

2022-07-07


여러분의 최애는 무엇인가요? 최애하면 떠오르는 감정이 있잖아요. 뉴스레터 <먹는 일에는 2000%의 진심>을 발행하는 나영님은 최애를 덕질하는 마음으로 요리를 하고, 맛있는 음식을 챙겨 먹는다고 해요.

비가 아주 많이 내리는 날, 성수의 뱅글(vingle)에서 나영님과 만났어요. 나영님이 추천해 주신 곳이었는데, 공간 기획에 직접 참여하셨다고 하더라고요. 뉴스레터에서 느껴지던 마음이 그대로 느껴지는 공간이었습니다.

덕분에 ‘먹는 일’에 대한 나영님의 진심과 더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친구의 덕질 에피소드를 듣는 것처럼 신이 났거든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참을 앉아 있게 만든 나영님과의 인터뷰, 지금부터 전해드릴게요.


안녕하세요, <먹는 일에는 2000%의 진심>을 만들고 있는 나영입니다.
저는 고등학생 때부터 요리를 하기 시작해서, F&B(외식업계)에서 꽤 오랜 시간 일했어요. 덕분에 음식과 관련된 다양한 일을 하면서 여러 콘텐츠를 만들어 볼 수 있었죠. 지금은 국내외 레스토랑에서 PR 매니지먼트와 PM을 맡고 있고요, 미쉐린 등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에 기고하기도 해요.

<먹는 일에는 2000%의 진심>은 한 달에 두 번, 먹는 이야기를 하는 뉴스레터인데요. 제철에 먹어야 하는 식재료와 음식, 그리고 날씨에 어울리는 음식들을 추천하고 있어요. 세상엔 맛있는 게 너무 많거든요. 이걸 몰라서 못 먹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봄의 완두콩 샐러드, 한여름의 고구마 줄기 나물, 겨울의 미조레나베 같은 것들이 그렇습니다.

저는 마감 노동자이기 때문에, 마감이 꼭 필요했어요

처음엔 브런치를 생각했었는데요. 제가 너무 오래 마감 노동자로 살아와서 그런지 마감이 없으면 일을 잘 안 하는.. 버릇이 있거든요. 왠지 나 자신과의 약속은 무한히 미루게 된달까요. 그래서 피할 수 없도록 마감을 만들어야겠다 싶었어요. 자발적이긴 하지만 어쨌든 구독자들에게 ‘0일 0시에 보내겠다’는 약속을 할 수 있는 매체니까요. 부끄럽지 않으려면 꼭 써서 보내게 된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지난 레터를 지각해버렸네요...)

( 나영님 )


하고 싶은 이야기를 꾸준하게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꾸준히 쓸 수 있게 해주는 힘은 창작자라면 한 번씩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두 가지 마음으로 어떻게든 쓰고 있는데요. 첫째는 구독자와 한 약속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 둘째는 내가 좋아하는 이것을 당신도 함께 좋아하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물론 마감이 몰리는 날엔 울면서 뉴스레터를 기획하고 쓰기도 하는데요. 아직까진 뉴스레터 쓰는 일이 가장 재미있어요. 글의 길이가 꽤 긴 편이지만 실제로는 90분 정도면 한 편을 쓰거든요. 의뢰를 받아 진행하는 외부 기고 글과 다르게, 레터는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어서 다른 글쓰기와는 느낌이 달라요. 오히려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이기도 하고요.

글이 잘 안 써질 땐 맛있는 걸 먹는답니다

사람이 배가 부르면 마음도 여유로워지는 법이잖아요. 뉴스레터든, 다른 글이든, 쓰다가 막히는 경우엔 일단 맛있는 걸 먹어요. 그리고 그냥 다시 합니다.

저는 취미부터 좋아하는 것, 그리고 본업까지 모두 혼재된 상태로 살고 있어서 깨어 있는 시간에는 계속 일을 하거든요. 그래서 서로 균형을 맞추기보다 해야 하는 일이 있으면 잠을 줄이든 쉬는 시간을 줄이든 그냥 하는 것 같아요. 뉴스레터를 쓰려면 요리를 해야 하는데, 요리할 시간이 없어서 금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2시에 요리를 시작한 적도 있고요. 그래도 그냥 하는 거예요.

음식의 매력은 ‘맛있다’는 거예요
단순하고 또 당연한 말인 것 같지만, 음식이 아닌 걸 보고 맛있다고 하진 않잖아요. 멋있다거나, 귀엽다거나, 감동스럽다거나. 많은 이야기와 수사를 붙일 수 있겠지만 맛있다고 할 수 있는 건 오직 음식뿐이에요. ‘맛있음’이 곧 음식의 본질이라 생각하기도 하고요. ‘맛있음’이라는 감각 자체가 엄청난 의미이자 즐거움 아닐까요?


어떤 것 때문에 맛있었는지 기억해두는 게 중요해요
저는 음식에 대한 철칙이나 규칙을 따로 정해놓지 않아요. 제한을 두는 순간 맛보는 음식의 바운더리가 좁아지니까요. 말도 안 되는 음식이라도 먹어보아야 하고, 당연히 맛있을 것 같은 음식도 한번 더 먹어보고 느껴보죠. 그렇게 혀와 뇌에 기억해 두면서 맛의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게 제 일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에요.

그리고 음식을 먹었을 때, 어떤 게 좋고 싫었는지 파악해 두는 게 다음에 요리할 때 중요한 포인트가 되거든요. 시저 샐러드를 예로 들어볼게요. 만약 이 맛을 내는 드레싱이 마음에 들었다면 집에서 어떤 채소를 넣고 만들어도 똑같은 드레싱만 있으면 되는 거예요. 반대로 아무리 같은 채소를 사용해도 다른 드레싱을 넣으면 완전히 다른 샐러드가 되는 거고요.

요리를 잘하려면 관대한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가장 자신 있는 요리에 대한 질문을 정말 많이들 하시는데요. 아무래도 제가 외식업계에서 일하다 보니 웬만한 요리는 다 잘하거든요. 그래서 가장 자신 있는 요리라는 게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먹고 싶은 게 있으면 금방 만들어 먹곤 하죠.

사실 요리는 잘하려면 계속해봐야 해요. 그리고 관대한 마음가짐이 필요하죠. 한 번 실패했다고 손을 떼 버리면 절대 안 늘어요. 요리는 실패하는 맛이에요. 망해보고, 망해보고, 또 망해봐야 어떻게 하는지 알게 돼요. 그게 재미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꼭 당부드리고 싶은 건, 레시피를 보고 그대로 따라 하라는 거예요. 중간에 본인의 감을 따라 다른 길로 새버리면 그때부턴…

( ‘6월의 중간, 샛노랑 여름이 돌아왔어요!’에서 설명하고 있는 초당옥수수 파스타 )


뉴스레터는 제가 먹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곳이에요
먹고 싶은 게 저렇게 많아?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사실 먹고 싶은 건 더 많고요. 그중 하나를 레터에 쓸 뿐이에요. ‘그중 하나’가 되는 기준이라면 첫째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일 것. 둘째는 쉽게 따라 할수 있는 요리일 것. 셋째는 제철이 너무 짧은 식재료가 아닐 것.

동네 마트부터 배민, 쓱배송, 최대 컬리까지, 레터를 보고 ‘주말에 해볼까?’ 싶은 마음이 들면 바로 식재료를 주문하고 요리해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읽는 쿠킹클래스 같은 느낌이 들기를 바랐어요

레시피를 쓰는 데 많은 공을 들이거든요. 레시피를 위해 요리를 다시 한 번 더 할 때도 있을 정도예요. 최대한 쉽고 간단하지만 상세하게, 그래서 누구나 따라 할수 있도록 쓰려고 합니다. 그래서 눈으로 읽는 쿠킹클래스처럼 느껴지길 바랐어요. 직접 만나서 요리를 배우면 단순히 ‘데쳐주세요’가 아니라 어느 정도의 불에서,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 디테일을 하나하나 보고 배울 수 있잖아요. 그렇게 행간 사이에 숨어있는 노하우를 텍스트로도 전달하려고 노력해요. 그러다 보니 길이가 길어지는 것도 있지만요.

소개하는 메뉴와 이야기 사이의 연결성도 제가 신경 쓰는 부분이에요. 레터가 워낙 길다 보니 쓰다가 조금만 정신을 놓아도 주제가 바뀌어 버리더라고요. 읽는 분들은 더할 거예요. 그래서 앞뒤에 더해지는 이야기와 메뉴의 연결성을 고려해 스토리를 짜는 편이에요. 오늘은 도저히 어떤 메뉴가 나올지 모르겠다 싶을 때도 자연스럽게 납득될 만한 스토리를 짜는 데 집중한답니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으면 사라지는 게 식문화랍니다
사실 혼자 사는데 요리까지 해 먹으려면 재료가 비싸기도 하고 번거롭잖아요. 저조차도 사 먹는 게 싸고 편하다고 생각할 때가 있어요. 의식주 중에 ‘식’이라는 게 바쁘게 살다 보면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쉬운 부분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런 식재료가 있고, 음식이 있다는 걸 기억하려면 계속 먹어주는 수밖에 없거든요. 누군가 이야기해주지 않으면 다음 세대는 고구마순이 어떤 건지, 존재하는지조차 모를 거예요. 여름이 되면 그냥 냉파스타를 배달시켜 먹는 세대가 되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했으면 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예요

저는 계속해서 상기시켜주고 싶어요. 사람들이 다 먹어보진 않더라도, 기억해주면 좋겠어요. 머위라는 게 있대, 고구마순을 먹는대, 감자는 여름 감자가 맛있고, 무는 여름보다 가을이 더 달대, 이런 것들이요. 알고 있으면 자랑하기도 좋잖아요.

그래서 저는 레터를 보고 직접 만들어 봤다고 후기를 올려 주실 때 가장 뿌듯해요. 뉴스레터 하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때가 제일 즐거워요. 내가 좋아하는 이걸 다른 누군가가 또 좋아하게 됐다니! 이런 마음이죠.

언제까지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질리지 않는 이상은 계속할 것 같아요. 그때까지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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